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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도 농업이!

속빈 밤송이 … 속타는 농가

속빈 밤송이 … 속타는 농가

6일 충남 공주의 밤농가 방호성씨가 수매에 앞서 정안농협의 판매장에 수확한 햇밤 70포대를 내려놓고 있다. 밤 수확량이 급감했지만 시중 가격이 기대만큼 좋지 않아 방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6일 오후, 밤 주산지인 충남 공주 정안농협의 햇밤 수매현장. 40㎏짜리 마대 70포대를 출하한 방호성씨(65·정안면 전평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이날 수매가격은 특품(대)은 1㎏당 2,800원, 중품은 1,500원으로 작년에 비해 300~400원가량 높은 수준인데도 썩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이다.

 방씨는 “올봄 이상기후로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 게다가 평년보다 유난히 길었던 여름 장마로 인해 밤 작황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수확한 밤송이를 까 봐도 쭉정이만 가득한 상황이라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40~50%는 감소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방씨는 이어 “밤 수확량이 급격히 줄어든 만큼 소비지 밤 가격도 많이 높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임업관측을 통해 올해 밤 생산량이 기상여건 악화와 폐원 등으로 평년 대비 1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산지에서 올해 밤 작황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보다 더 심각한 편이다.

 충남 공주와 경남 산청 등 밤 주산지 생산자단체 및 유통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밤 생산량 감소비율은 정부 전망치보다 3배가량 높은 평년의 30%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된다.

 권순욱 경남 산청군농협 차장은 “농촌인력의 고령화와 대체작목 전환으로 산청군의 밤 재배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3㏊나 감소한 데다 올봄 병해충 피해에다 긴 장마 등 기상이변까지 겹쳐 밤 수확량이 예년의 60~70%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면서 “수매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수매물량이 좀처럼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밤 작황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자 값 상승을 기대하고 저장에 들어가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과 일부 수출업체의 경우 계획된 수매물량과 수출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노종화 정안농협 과장은 “밤 작황이 워낙 좋지 않다 보니 일부 농가들이 밤 출하를 줄이고 저장물량을 늘리는 바람에 올해 목표 수매물량인 1,200t을 다 채우지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밤을 수출하는 공주금강영농조합법인의 정의영 대표도 “농가들이 밤을 시중에 내놓지 않아 밤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올해는 수출물량의 30%도 채우기 벅찬 상황이라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공주=류호천 기자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