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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속담과 기타 생활정보

두근두근 콩닥콩닥~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은퇴걱정? 그런 거 없어. 우리 아이들에게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을 전해주는 재미도 좋고.”

관악시니어클럽 전통문화지도사업단의 한 어르신이 건넨 이야기다. 최근 우리사회 시니어들의 활동이보다 적극적이면서도 다양해지고 있다. 또 자신의 삶을 디자인함에 있어서도보다 능동적이다.

+ 태풍으로 인해 빗줄기가 거셌던 8월 말. 이번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도착한 서울 관악시니어클럽엔 멀리서부터 ‘하하 호호’ 즐거운 웃음소리로 넘쳐난다. 바로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어르신들이 계신 강당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강당입구에 도착해 빼꼼히 문을 열어보니 화려한 부채와 한삼(汗衫), 그리고 장고를 손에 든 어르신들이 연습에 한창이다. 얼마 전 ‘뉴시니어 세대’라는 단어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세대는 대거 정년을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로 젊음, 향수, 자아라는 키워드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들은 여유와 자신감을 기반으로 소비활동에도 적극적이며, 다양한 대중문화의 흡수 및 경험을 바탕으로 자아를 실현하고 있다. 더불어 세대 간의 연결고리로서도 그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만난 관악시니어클럽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어르신들 또한 뉴시니어 세대에 속하는 연령대가 대부분이다. 물론 일흔이 훌쩍 넘은 어르신도 계신다. 한창 부채춤 연습에 열중이던 한계진(80세) 어르신은 이곳에서 왕언니로 불린다. 하지만 외모만으론 이제 갓 60대 초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혜진 어르신이 말하는 젊음의 비결은 바로 건강한 웃음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한참 동생뻘의 어르신들과도 체력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 “한삼(汗衫, 두루마기나 여자의 저고리 소매 끝에 흰 헝겊으로 길게 덧대는 소매)이 뭔지 알아요?” 어느 어르신이 취재진에게 던진 질문이다.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당혹스럽다. 그리고 한참을 머리를 굴려 생각해 보지만 ‘한삼’이 무엇인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는다. “에이 한국사람 아니네” 옆에 계시던 또 다른 어르신이 방긋 웃으며 한삼을 보여주신다. 아하! 그때서야 사진으로 봐왔던 한삼의 존재가 머릿속에 문뜩 떠오른다. 사실 요즘 교육 대부분이 외래문화 일색이다. 또 우리 역사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고 들지도 않는다. 이에 어르신들은 ‘우리 것을 알아야 남의 것도 알 자격이 있는 거지’라며 입 모아 말한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이 존재한다. 이 사업단 어르신들 모두는 전통문화지도사 자격을 취득한 전문가들이다. 따라서 활동 전 전통놀이, 전래동화 등의 전통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수료하게 된다. 그렇게 자격을 취득 후 활동하는 어르신들은 현재 12명 정도 된다. 그리고 이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전통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1-3세대 간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는 셈이다.

+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사를 역임했던 한혜진(80세) 어르신은 전통문화지도사로서 약 8년여 정도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지금 같은 활동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힘들긴요.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니 오히려 즐겁고 힘을 얻는 걸요.”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정말 에너지 넘치는 어르신이었다. 어르신의 또래 친구들 대부분은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분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은 한혜진 어르신을 부러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 아픈 곳 하나 없다. 어르신의 손자 손녀들도 ‘우리 할머니는 절대 필요한 분’이라며 자랑스러워한다. 이에 어르신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다.”라며 앞으로 힘이 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르신이 이 일을 하며 보람을 가질 수 있었던 기억은 다섯 살짜리 꼬마가 우리가락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 요즘같이 외래문화에 젖어 우리 것을 외면하는 세상에 고작 다섯 살짜리 꼬마가 어르신이 들려준 우리가락에 맞춰 어깨춤을 춘다니 어르신에게는 그야말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에 어르신은 “역시 우리 몸에는 우리만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래서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라며 보다 책임감 있는 사회의 어른으로 열심히 할 것을 다짐했다.





+ “제 꿈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사였어요. 헌데 그 꿈을 이제야 이루게 되었어요. 그래서 너무 행복하고 즐겁답니다.”라고 말을 이어가는 정복희(67세) 어르신. 젊은 시절 커리어우먼으로서 열심히 살아왔던 어르신은 현재 자신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이러한 어르신을 자녀들도 응원한다. 심지어 어르신의 며느리는 ‘멘토 시어머니’라며 “저도 다음에 어머니처럼 살 거예요.”라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한다. 아마도 봉사와 나눔이라는 덕목도 내리 사랑이란 말이 통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어르신은 스스로의 몸가짐에도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르신이 걱정하는 한 가지, 우리 것이 외면당하는 현실이다. 그러한 현상은 어린이집 또는 초등학교와 같은 곳들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장구를 가르치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았는데 외국 악기들은 많더라고요. 헌데 우리 장구, 북과 같은 전통 악기는 턱없이 부족하더군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회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해요.”라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반면 교육을 모두 마치고 어린이집을 나올 때 어린이들 모두가 한 줄로 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선생님 내일도 또 와주세요.”라는 말할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라고 한다.

+ 어르신들의 연습이 한창이던 강당의 열기는 뜨거웠다. 젊은 친구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열기와 열정이다. 어르신들이 이토록 열심히 연습에 임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연습한 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 어르신은 “다른 것이 아닌 우리의 소중한 문화와 전통을 한참 아랫세대인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고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또 한 어르신은 “고사리 손으로 우리 것을 알아가려는 몸짓이 얼마나 앙증맞고 기특한지 모른다.

또 아이들을 통해 내 생활에 활력을 느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라며 전통문화지도사로서의 역할에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독도분쟁이 한창인 요즘 같은 때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역할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점점 잊혀 가는 우리의 것을 보다 많이 알리고 싶어한다. 따라서 최근 활동에서는 우리의 전통 악기를 이용해 ‘대한민국, 독도는 우리 땅’을 외치는 것은 빠질 수 없는 소재다.

또 또래의 시니어 세대들이 우리 후세들을 위해 보다 많은 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이에 김현순(67세) 어르신은 “무료하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밖으로 나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누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 또 사회의 어른으로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회와의 소통을 했으면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이날 만나본 관악시니어클럽의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어르신들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에너지 충만한 멋쟁이 아가씨들’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겠다. 관악시니어클럽에도 여러 활동과 사업이 있다. 하지만 유독 전통문화지도사 어르신들은 이곳에서도 멋쟁이들로 통한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잊은 지도 오래다. 나이보다는 자신들의 활동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행복함에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최근 뉴스를 통해 불안한 우리 사회의 이면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분명 기분 좋은 소식들은 아니다. 이는 아마도 요즘 최고 화두인 소통이라는 의미가 결여됐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따라서 우리 어르신들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 같은 사업에 정부 또는 관련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더불어 현재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어르신들 모두가 느끼고 있는 어려움이 있다.




그것은 관악시니어클럽이 위치한 곳이 주거밀집지역으로 북과 장구, 그리고 소고와 같은 악기들을 마음껏 배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로는 민원으로 인해 연습을 중단한 적도 여러 번이다. 따라서 보다 쾌적한 환경의 공간이 필요하다. 아니면 현재의 강당에 방음시설과 같은 지원이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도 얘기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어르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는 약속이 담긴 메시지를 전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취재진에게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전달된 느낌이다. 젊은 녀석들이 오히려 어르신들께 에너지를 받아오다니 오히려 미안한 느낌마저 든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이번 인터뷰에 응해주신 어르신들께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 “관악시니어클럽 전통문화지도사사업단 어르신들 파이팅입니다.”

< 그린매거진 9월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