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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사 속담과 기타 생활정보

`농사가 정말 예술입니다`

"농사가 정말 예술입니다"

천재용 쌈지농부 대표..."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연·환경의 가치는 높아질 것"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농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씨앗을 심어 애지중지 키우고 거두는 일이 마치 작가가 긴 고뇌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 농사의 가치를 예술 작업에 녹이고 싶었어요."

천재용 쌈지농부 대표(사진·33)는 원래 순수미술 작가다. 질끈 묶어 올린 헤어스타일과 편하게 걸친 옷만 봐도 아티스트의 느낌이 물씬 난다.

그는 아버지인 천호균 전 쌈지대표의 뒤를 이어 작년부터 경영을 맡았지만 대표이사 직함이 어색하고 경영이란 말이 와 닿지 않는다며 '실장'으로 불러달란다.

쌈지농부는 '농사가 예술이다'라는 철학으로 일상에서 소외된 것을 아름답게 하는 문화·예술 콘텐츠기획, 디자인컨설팅, 상품제조·유통 전문 '서울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파주 헤이리 마을에 착한 물건을 파는 가게 '지렁이다'와 전시·생태교육·막걸리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논밭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엔 에코스타일 숍 '리틀파머스'를 열었다. 6월엔 신개념 유통브랜드 '농부로부터'를 론칭 할 예정이다.

요즘 천 대표는 논밭예술학교의 자연요리교실에서 양념을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요리하는 로 푸드(Raw Food, 날 음식)개발에 푹 빠져있다. 2년 전부터 채식주의자가 된 그는 채소를 갖가지 방법으로 얼마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무와 메밀로 개발한 부침개는 무 본연의 밍밍한 맛이 살아있으면서도 오묘한 맛이 좋은데, 색깔 때문에 고기부침개로 깜박 속을 수도 있다"며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진행중인 다양한 사업에 대해서는 "친환경 상품이나 농산물은 마케팅과 유통이 쉽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모험이다"며 "뜻이 맞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직원을 뽑을 때도 특이한 이력에 주목한다. "입사지원자 중 기타 메고 다니는 걸 사장이 무척 싫어하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 친구를 뽑았는데 역시 독특한 발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천 대표는 인디밴드 '쌈넷'을 결성해 매일 저녁 홍대 사무실 1층에서 공연을 열며 숨은 뮤지션도 발굴한다. 그는 "인디도 유기농"이라며 "인디가 없으면 음악시장 자체가 있을 수 있겠냐"고 말한다.

다양성과 앞선 생각을 존중하는 그는 자연과 환경, 유기농의 가치를 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덜 가공된 날 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할일이 많다.

"저는 치열한 작가주의 대학생이었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을 작품에 담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많이 달라져있더라고요. 이제는 누가 봐도 이롭고 좋은 작업을 하고 싶어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연 본연의 가치는 더욱 커질 테니까요."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출처: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