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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뉴스

고사리, ‘산에서 나는 쇠고기’

고사리, ‘산에서 나는 쇠고기’

단백질·무기질 풍부…면역증진, 찬 성질…남성 정력 높여주기도

나른한 계절이다. 특히 요즘처럼 밤낮의 일교차가 커지고 야외 나들이가 많아지면 신체리듬이 깨져 면역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럴 때는 제철 산나물이 제격이다. 고사리·두릅·참취·취나물·머위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릴 만큼 단백질이 풍부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으뜸으로 꼽힌다.


생명력이 뛰어난 고사리

고사리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산에서나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산채류다. 이재석 전국수목원협회장은 “국내에 서식하는 고사리는 약 450종이며 이 가운데 10여종 정도가 식용으로 분류된다”고 말한다. 고사리는 특히 생명력이 뛰어나 토질을 가리지 않고 잘 자란다. 산에서 불이 난 후 가장 먼저 나오는 식물이 바로 고사리라는 점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예전에는 봄철 산에 자생하는 고사리를 채취해야 했지만 요즘은 종근을 이용한 인공재배가 일반화돼 계절에 관계없이 양질의 고사리를 구할 수 있다. 전북 남원의 바래봉 기슭에서 고사리 농사를 짓는 양용택씨(54)는 “최근 건강식품으로 고사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고사리는 병해충이 없기 때문에 인공재배를 해도 농약과 비료가 필요없는 말 그대로 천연 웰빙식품”이라고 말했다.


집안 대소사의 필수 식재료

예로부터 고사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요 식재료의 하나였다. 제사 때 빼놓지 말고 올려야 할 기본 음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사리나물이었다. 제례뿐만이 아니다. 동네 잔칫날 비빔밥이나 육개장 등 여럿이 어울려 먹는 음식을 준비할 때 빠지면 섭섭한 음식 재료가 바로 고사리였다. 요즘도 이런 전통 식습관은 어김없이 지켜지고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지방마다 쓰는 재료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고사리만큼은 전국 어디에서나 사용하고 있다.


맛 좋고 영양 풍부한 웰빙채소

고사리는 ‘산에서 나는 쇠고기’로 불린다. 그만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과 칼륨 등 생체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질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또 고사리에 들어 있는 산성 다당류 성분이 보계체(면역계의 일부)를 활성화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도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도 우수 식품

〈동의보감〉에서는 ‘고사리는 성질이 차고 활(滑)하며 맛이 달다. 삶아서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본초도감〉에는 ‘고사리는 맛이 달고 성질은 차며 열을 내리고 장을 윤택하게 한다. 담을 삭히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해 열이 나거나 이질·황달·고혈압·장풍열독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또 〈본초강목〉에는 ‘고사리가 오장의 부족한 것을 보충해주며 독기를 풀어준다’고 쓰여 있다.

김달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과 교수는 “고사리는 소화가 잘돼 소화력이 약한 소음인 체질에도 맞고, 특히 콩팥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정신적으로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좋다”고 말했다.


정력 감퇴는 기우에 불과

사람들은 흔히 고사리가 정력을 떨어뜨린다고 알고 있다. 이는 고사리에 비타민B을 분해하는 티아미나제 성분이 있어 생으로 많이 먹을 경우 비타민B이 결핍돼 다리 힘이 약해진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양으로는 걱정할 게 없고 특히 고사리를 가열 조리해 먹으면 티아미나제가 파괴되므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숙명여대 총장)는 저서 〈비타민 위대한 밥상〉에서 “오히려 고사리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이 많은 남성이라면 열을 식혀 정력을 높여주는 효능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석 기자 kslee@nongmin.com

<출처 :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