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농사 속담과 기타 생활정보

담배에 대한 선조의 인식


담배는 콜럼버스의 미대륙 재발견으로 인하여 전세계적으로 퍼진 식물중의 하나이다. 담배가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당시에는 남쪽(南)에서 온 신령(靈)스런 풀(草)이라는 뜻으로 남령초(南靈草)라고 좋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은 담배의 해로움과 중독성을 인식하여 독소라고도 하였다.

글 김종덕 원장 (사당한의원)


====================================================================================


우리 선조들은 담배에 대하여 뜨겁고 건조한 성질이 있다고 보았다. 농촌에서 담배농사를 지어 본 사람은 담배밭에서 일할 때가 상추밭에서 일할 때보다 이상하게 더 땀이 나고 더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상추밭과 담배밭에서 느끼는 체감온도가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혹자는 담배밭이 건조한 땅이라 그런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지만 같은 밭에 담배와 상추를 바꾸어 심어도 담배를 심은 곳이 유독 덥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는 담배가 자체 양(陽)의 성질 때문이라 사료된다.


날이 음산하여 춥게 느껴질 때 담배를 피면 몸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좋은 경험을 흡연자들은 갖고 있다. 이거을 우리는 양의 기운이 뭉쳐진 담배에 불을 피워 그 화기를 마심으로써 몸이 따뜻해지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해석한다. 몸이 찌뿌듯할 때 담배를 피면 몸이 상쾌해지지만 한낮의 더운 날 햇살을 쨍쨍 받으며 담배를 피면 그 맛이 잘 나지 않는다. 이는 더울 때 양의 기운(담배)을 받으면 더욱 더워져 짜증이 나기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야영할 때 독충(毒蟲)이 염려스러워 야영지 주변에 담배를 뿌리는데 이는 담배의 니코틴성분의 해독 살충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담배의 화기도 또 하나의 이유로 해석된다. 화기가 강한 담배는 주면의 습기를 빨아들이고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음습한 것을 좋아하는 독충들이 싫어한다. 따라서 야영을 할 때는 모닥불을 피우고 잎담배를 태우면 독충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담배는 뭉친 것을 풀어주는 성질이 있다. 고민이 있거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담배를 피움으로써 마음을 진정시키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일반적으로 고민이 있으면 몸이 움츠려지고 무겁게 느껴진다. 이때 담배의 양기를 빌려 뭉쳐진 기운을 상승시킴으로써 마음이 진정되고 더 나아가 기분이 상쾌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 임신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담배를 피웠더니 우울증이 사라졌다고 이야기하는 할머니들이 간혹 있는데, 이러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금은 임산부의 흡연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임산부에게 담배를 권유한 적이 있었다.


손님이 왔을 때 차(茶)와 술을 내지 않고 대신 담배를 권유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담배를 연다(煙茶) 혹은 연주(煙酒)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담배는 담(痰)을 치료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도 있지만 오래 피우면 왕왕 간기(肝氣)를 손상시켜 눈이 침침해진다. 또한 담배를 오래 피운 자가 유해무익한 것을 알고 담배를 끊으려고 하여도 끝내 끊지 못하기 때문에 요망한 풀이라는 뜻으로 요초(妖草)라고도 하였다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니 예전에도 담배의 해로움과 중독성을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은 다음과 같이 담배의 해악을 적고 있다. ‘담배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답답하고 취하여 넘어제가 하는 천하의 독초(毒草)이다. 먹어서 배가 부른 것도 아니건만, 부인과 어린아이들까지도 즐겨 피우지 않는 이가 없고, 그 좋아하는 정도가 기름진 고기나 또는 차와 밥을 능가한다. 전에 시험 삼아 담배를 한번 피어 보았더니, 곧 취하여 쓰러질 것 같고 구역질이 나서 죽을 뻔하였다. 이야말로 구액(口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예전부터 담배의 해로움을 인식하여 경계를 하였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담배를 끊지 못함은 세상이 너무 답답하고 안타깝기 때문일까? 모든 일이 잘 되어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출처] <‘경기농업21’ 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