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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뉴스

배추·고구마 한국식 재배법 2년간 보급 … 튀니지 농민 연소득 2배나 늘렸다

배추·고구마 한국식 재배법 2년간 보급 … 튀니지 농민 연소득 2배나 늘렸다

한국국제협력단 강승규씨

강승규씨가 농작물을 재배한 비닐하우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튀니지 농민들은 ‘강승규 비닐하우스’란 이름을 붙였다.
아프리카 중북부의 지중해 연안국가 튀니지. 이 나라의 서북부인 아인드람 지역은 알제리 국경과 접한 해발 1200m 산림지역으로 이 곳에는 참나무들 사이로 강원도 고랭지에서나 볼 수 있는 푸른색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배추밭 옆으로는 고구마 줄기가 이랑을 따라 길게 뻗어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강승규(61) 봉사단원은 현지에서 2년째 배추와 고구마 등 한국의 농법을 튀니지 농민들에게 전수해오고 있다. 연평균 소득이 500튀니지디나르(약 40만원)에 불과했던 현지 농민들은 고구마 등의 소득 작물을 시장에 내다 판 뒤 연소득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전남 광양시청을 정년 퇴임한 강 씨가 튀니지에서 봉사를 시작한 건 2008년 말. 당시 이 곳 사람들은 감자 등을 재배하며 간신히 끼니를 잇고 있었다. 강 씨는 “튀니지 농민들이 평지보다 깊게 땅을 파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어 우기에는 습해를 많이 받고 병충해가 심해 수확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마을 운동’ 당시 농가에 작물 재배 방법을 교육하던 경험을 살려 ‘두둑재배’를 튀니지 농가에 보급했다. 두둑재배란 물기에 약한 배추, 고구마 등의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땅을 높게 쌓아 올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강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튀니지인들의 주식인 감자에 곁들여 먹을 수 있고 밀 수확 후 여름의 노는 땅에서 재배할 수 있는 고구마를 심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배추씨앗과 씨고구마를 한국에 있는 아내를 통해 2차례에 걸쳐 직접 들여왔다. 새 농사는 성공이었다. 당도가 높은 한국산 고구마는 튀니지 농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주변 마을에 입소문이 퍼져 강 씨에게 재배방법를 문의하는 농가도 늘었다.

 지난달 11일 튀니지 국립수자원임업연구소 직원들은 과거 첫 수확물을 시범 재배했던 비닐하우스를 강 씨의 이름을 따 ‘강승규 비닐하우스’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올해 12월로 활동기간이 끝나는 그는 최근 봉사 기간을 1년 연장했다. 내년에는 버섯 재배 기술을 개발해 튀니지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강 씨는 “튀니지 농가에서는 참나무를 단순히 땔감으로만 이용하고 있다”며 “참나무를 활용한 버섯 재배 기술을 개발해 빈곤 농가에 보급하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출처: [중앙일보] 입력 2010.12.29 00:11 / 수정 2010.12.29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