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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뉴스

농사 시작해야 하는데…“퇴비 어디 없소”

농사 시작해야 하는데…“퇴비 어디 없소”

구제역 이동제한으로 축분 공급이 중단돼 일부 농협 퇴비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 경산 용성농협 퇴비공장 숙성실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 채 썰렁한 모습이다. 경산=유건연 기자

구제역으로 축분 공급안돼 물량 태부족…경종농가 ‘발동동’…불량퇴비 유통 ‘조심’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퇴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 발생 이후 이동제한에 묶여 3개월가량 유기질퇴비의 주원료인 가축분뇨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구제역 파동의 불똥이 유기질퇴비업계로 튀고, 그 여파가 다시 경종 및 과수 농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지역에선 품질이 나쁜 불량축분퇴비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봄 영농철, 공급 ‘삐거덕’

최근 찾아간 경북 경산 용성농협 퇴비공장은 영농철을 앞두고 한창 바빠야 했지만 한산했다.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곧바로 이동제한에 묶인 탓에 지난해 12월10일부터 4개월여간 유기질퇴비 원료인 우·돈분을 공급 받지 못해 퇴비가 바닥났기 때문.

 김종오 용성농협 조합장은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 연간 생산량 중 25%인 20㎏들이 4만~5만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충남지역도 마찬가지. 홍성 홍동농협 퇴비공장도 지난해 이맘때와 견줘 생산량은 70%, 판매량은 절반이 줄었다.

 정인모 홍동농협 전무는 “한해 25만포대를 생산, 다른 지역에도 판매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지역 내 수요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퇴비 배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이 시작되면서 농가의 퇴비 주문이 동시다발로 이뤄지기 때문. 특히 감자 등 밭작물의 파종시기가 임박한 중부지역은 늦어도 4월 초까지는 밭에 축분퇴비를 줘야 하지만 퇴비제조장의 생산능력 한계로 주문을 다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

 경기 이천 모가농협 퇴비제조장의 이병철 과장은 “퇴비는 축분의 수분을 제거하고 발효 과정을 거쳐 생산되기까지 최소한 한달 이상 걸린다”며 “때문에 영농철을 맞고 있지만 퇴비를 제때 공급해 주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올 농사 참 걱정된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에서 6,600㎡(2,000평)의 딸기와 감 농사를 짓는 성상곤씨는 “딸기 채종포와 감나무에 밑거름을 줘야 하는데, 지역농협에서 계분퇴비를 공급 받지 못해 다른 구매선을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면서 “올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옥종농협 퇴비공장의 정동철 공장장은 “현재 예년의 30% 수준인 20㎏들이 15만포대밖에 공급하지 못했다”면서 “특히 과수·딸기 농가는 시기적으로 촉박, 사방팔방으로 뛰고 있지만 10t밖에 확보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수박 재배 농가인 류동렬씨(54·충북 음성군 맹동면)도 “축분퇴비 공급이 원활치 못한데다 값도 만만치 않아 영농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복숭아 재배 농가인 한대규씨(55·전북 전주시 상림동)는 “수소문 끝에 당장 시급한 축분퇴비 4t은 겨우 구했다”며 “하지만 나머지 4t은 5월에 거래업체로부터 받기로 했지만 확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불량퇴비 유통 우려

퇴비 공급이 원활치 못하다 보니 음식물쓰레기가 혼합된 불량퇴비가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원지역의 한 퇴비업체 관계자는 “근래 들어 다른 지역의 퇴비 생산업자들로부터 축분퇴비를 공급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표본을 받아 보거나 현지 공장을 방문해 보면 축분퇴비에 음식물쓰레기가 일부 첨가한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 암암리에 불량퇴비가 유통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상원 전 (사)한국부산물비료협회 회장은 “구제역 여파로 불량축분퇴비가 유통될 가능성이 커 유기질퇴비 시장을 혼탁케 함은 물론 경종 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불량축분퇴비 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출처: 농민신문